🏯 조용한 감동이 있는 오키나와 북부 여행 – 나키진 성터 산책기
이번 오키나와 가족여행에서 저희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나키진 성터(今帰仁城跡)’**였습니다. 번잡한 도시나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때로는 한적하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특히 70대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이어서 더 여유롭고, 의미 있는 장소를 찾고 싶었거든요. 나키진 성터는 그런 점에서 참 좋은 곳이었답니다.
🏯 나키진 성터는 어떤 곳인가요?
나키진 성터는 약 600년 전, 류큐 왕국 이전 시대에 북부 오키나와를 다스리던 ‘북산왕국’의 중심지였습니다. 당시 오키나와에는 세 개의 왕국이 있었고, 나키진 성은 그 중 북쪽 지방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에요. 일본 본토와는 전혀 다른, 오키나와만의 독립된 역사와 문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한 유적지입니다.
성은 오래전에 불에 타 사라졌지만, 석벽 일부와 성터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지금도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어요.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죠. 성의 터에서 바라보는 자연과 하늘, 바다의 조화가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어 참 신비로운 기분이 듭니다.
🌿 여유로운 산책길과 특별한 풍경
저희 가족은 오전 10시쯤 도착해서 천천히 걸으며 둘러봤어요. 성터 입구에서부터 오르막길이 이어지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어르신도 크게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벤치도 있고, 나무 그늘도 많아서 쉴 곳이 충분했어요. 가끔 외국 관광객보다 현지 오키나와 어르신들이 산책하듯 올라오는 모습도 인상 깊었답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오키나와의 바다였습니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멀리 이에섬(伊江島)이 보이는 풍경은 사진으로도 다 담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조용한 곳이라 바람 소리, 새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그 자체가 힐링이었답니다. 특히 어머니는 “이렇게 조용한 곳이 참 좋다”며 한참이나 벤치에 앉아 쉬셨어요.
성벽은 일본 본토의 성들과 다르게,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지어져 있어요. 마치 물결처럼 이어진 돌담이 인상 깊고, 사진 찍기에도 아주 멋졌어요. 지금은 남아 있는 돌담만 보이지만, 상상으로 옛날 궁궐을 떠올리면 그 자체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 벚꽃이 먼저 피는 곳
나키진 성터는 일본에서도 가장 먼저 벚꽃이 피는 곳 중 하나예요.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면 **진한 분홍빛의 ‘칸히자쿠라(寒緋桜)’**가 성터 주변을 가득 채웁니다. 저희가 갔을 땐 벚꽃철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다녀온 지인이 강력 추천했던 만큼 다음엔 꼭 벚꽃 시즌에 맞춰 가고 싶어요.
어르신과 함께 걷는 벚꽃길,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나요? 한국보다 한 달 이상 빨리 만나는 벚꽃은 겨울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키진 성터의 성벽과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엽서처럼 아름답답니다.
🧭 유익한 역사 체험도 가능해요
성터 입구 쪽에는 **‘역사문화센터’**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당시 왕국의 생활 모습, 옷차림, 도자기 등 다양한 전시물이 소개되어 있어서, 단순히 유적지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 공부까지 덤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설명 자료는 없지만 그림과 사진 중심의 전시라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르신도 “이런 건 TV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참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젊은 사람보다 역사와 삶의 무게를 느끼시는 분들이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 같아요. 특히 일본과는 또 다른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전통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 이동 정보 & 관람 팁
나하 공항 → 나키진 성터: 차로 약 1시간 40분 소요
츄라우미 수족관 → 성터: 차로 15분 거리 (같은 날 일정으로 추천!)
관람 소요 시간: 약 40분~1시간 (사진 촬영 포함하면 1시간 반도 금방 가요)
입장료: 성인 약 600엔, 어린이 약 300엔
주차장 무료 / 화장실 / 자동판매기 / 기념품숍 있음
휠체어나 유모차는 성 안까지는 어렵지만 입구 주변까지는 가능
✨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시간
나키진 성터는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한 감동이 남는 곳입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이곳에서는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가족끼리 손잡고 걷고, 잠시 멈춰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장소입니다. 오키나와 북부에 가신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